어머니 이제라도 교회에 나가셔야지요 나도 세상에서 거룩한 모습은 아니지만 주님의 약속에 따라서 지금 죽어도 천국가지만 어머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언제 가실지 모르는데 어머니가 지옥에 가시면 제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겟어요...

어머니대답: 내 전에도 몃번 네게 말했지만 니나이 네살때 니 아버지가 죽었지만 죽기전에 영은교회에 나갈때도 내가 안갓엇다..여러번 갈기회가 있엇지만 마음이 안내키더구나..정 나를 교회에 데려가려면은 네가 장가를 가거라 내 니손잡고는 못가도 며느리손에 이끌리면 어찌할수 없겟구나..

올해 초 잠간 어머님뵈러 인천에 들럿다가 나눈 대화의 한토막입니다..

어머니와 저는 36살 차이나는 띠동갑 용띠입니다

서울동대문쪽의 갑부집에서 사셧던 어머님은 지지리도 가난한 서씨집안에 시집오셔서 3남 2녀를 낳고 아버님사후 동양강철이라는 회사를 다니시며 집안을 꾸려나가셧습니다..지금도 어린시절 생각해보면 네살의 유년시절이 떠오릅니다..아침에 일어나면 큰누이 큰형은 공장나가고

작은형 작은누이는 초등학교가고 어머님은 야간일하시느라 열시쯤 오시는데 덩그라니 집에 있스면 가재도구라곤 달랑 장롱뿐인데 장롱의 문양과 조각이 꼭 귀신모양같아서 너무도 무서워서 단칸방문앞에서 추위도 잊은채 어머님을 이제나 오시나 저제나 오시나 땅바닥과 친구되면 밤새 공장일에 시달리신 어머님은 애들 빨래부터 먼저하시고 바로 주무시곤 하셧습니다..혼자가 된나는 잠도 안오는데 모로누우신 어머님의 어깨를 안고 잠을 청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팍팍하고 남루한 인고의 세월을 보내셧던 어머님..

누구보다 자존심은 강하셔서 상처를 많이 받으셧던 어머님..

초등학교 시절 혼분식장려시절에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를 하셧는데 사는건 내가 젤 못사는데 왜 쌀밥만 싸주셔서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게 하냐구 칭얼거리면 내가 어려서부터 보리밥은 먹어보질 못하엿다하셧던 어머님...

전세살이가 지겨워 군제대후 몆년 얼마안되는 돈으로 인천의 빌라를 사서 이사할때 그렇게 좋아하시며 짐을 꾸리시던 어머니..한시간후 이삿짐에 짐을 싣고 새집으로 떠나기전 십년을 같이 살앗던 주인아주머니를 끌어안고 그렇게 서럽게 펑펑 우셧던 어머님..

7월초에 몸에 힘이 없구나 하시며 병원에 입원하셧던 어머님을 이틀후 뵌 저희유가족들은 원인은 모르지만 계속 상태가 안좋아지니 유가족께선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의사의 말에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다리도 아프시고 당뇨도 좀 잇스셧지만 텃밭도 가꾸시고 노환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었기에 무심하게도 그동안 별 걱정하지 않앗습니다..

그때 성당에 다니던 큰 누님이 엄마 이제라도 대세(죽기전에 받는 카톨릭세례)를 받으세요 간청을하고 어머님도 마음이 움직이셧는지 대세를 받겟다고 하셧습니다..하루하루 상태는 나빠지고 수시로 병원에 들락날락하던 우리오남매도 차츰 지쳐가고 현안마다 갈등하고 대립하고 예민해지기 삼개월..누구도 예상치못햇던 적지않은 돈을 남겨두시고 눈을 감으셧습니다..누님께서 저한테 그러시더군요 어머님은 아마도 니가 늦게라도 장가가게 되면 그걸 쓰실 생각이셧던것 같다고요...

추석연휴기간 개천절 어머님을 뵙고 목요일 일하고 금요일 저녁

작은형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간호사의 말로는 자기 경험상 오늘을 넘기기 힘들것같으니 왔스면 좋겟다고 하는데 전 알앗다고만 하고 전화를 끊엇습니다..7월달부터 매일매일 위독하셧는데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가 뭘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나? 하는 짜증도 났엇고 차편도 마땅치 않앗기에 어차피 내일 아침 첫차로 갈건데 그새 가시겟어?하는 마음이었습니다..그날따라 잠은 안오고 뒤척뒤척하다가 다섯시 일어나 주섬주섬 옷입고 세수하고 출발하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다섯시 십분에

소천하셧다는 전화였습니다..살아 생전 제대로 된 효도한번 받아보시지도 못한 어머님은 그렇게 걱정하시고 애닳아하시던 막내아들의 얼굴도

못보시고 힘겨우셧던 삶의 멍에를 내려놓으셧습니다..

조문객으로만 상가집을 다녓지 처음 상주가 된 나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친지들과 조문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오신 목사님과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을 맞이하니

갑자기 왜 그리 서러운지..서러우면서도 나를 위로해주시고 사랑하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가슴저며오는 미안함과 애잔함을 무엇으로 설명해야할는지요...

올 여름 김용수집사님 이미숙권사님의 상가에 갔을때 이미숙권사님의 펑펑 흘리시는 눈물을 보고 가슴이 찡해지면서 나도 어머님돌아가시기전에 제대로 좀 모셔야겟다라는 마음을 가졋는데 연약하고 부끄러운 몸 이리저리 세상일에 쫒기다 황망히 어머님의 소천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따뜻한..그러나 위엄있는 설교의 말씀과 성도 여러분들의

기도와 위로로 마음을 추스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황망한 가운데 삼일장은 지나가고 장례미사 벽제 화장터 예산 친척의 땅..소나무아래 어머님의 유골을 묻고 돌아오는 길 회색빛 하늘은 왜 그리도 슬퍼보이던지요..

서울의 작은 누나집 늦은 저녁을 먹으며 형제들과 화해의 시간을 가졋습니다..이제라도 자주 모여서 서로에게 힘이되는것이 어머님의 뜻 아니겟냐는 것이 저희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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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날들 생각해보면 어머님과 저는 그리 찰떡 궁합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어머님과 저 둘다 감정표현에 상당히 서툴럿고 급한 성격까지 빼닮아 작은 일에도 부딫히던 일이 종종 있엇던것 같습니다..

오히려 떨어져 있스면 더 서로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표현은 못해도

늘 서로에게 그리움과 안쓰러움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어렵게 대하셧던 어머님..오히려 저에게는 심할만치

늘 당당하셧던 어머님..행사관에 가셔서 물품 몃가지를 사신후 남몰래 끙끙 앓으시고 나에게만 몰래 부탁하신 어머님..

포항에 오라버니 보러갈테니 차비 내놔라 하시던 어머님..

중앙병원에 입원해있슬때 노구를 이끄시고 두번이나 오셔서 찔끔거리시던 어머님..내손에 기어이 돈 오만원을 쥐어주시던 어머님 만류하는 내손을 뿌리치시며 내가 나중에 너한테 십만월을 받는한이 있더라도 이돈은 주고가야 맘이 편하겟다 하시던 어머님..내가 눈을 감기전에 기원이 며느리는 보고 죽어야겟다던 어머님..어린시절 하도 세상살이가 힘들어 홧김에 우는 어린 아기 내 등짝을 후려갈기시고 그 상처가 아물때까지 한달을 슬퍼햇다고 먼 훗날에 내게 고백하신 어머님..어머님......

이제 어머님은 가시고 저는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먼 길로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나는 얼마나 더 먼길로 가야 하나 생각해봅니다..

들판을 지나는 황량한 바람같이 당신과 나의 만남과 이별은 이렇게 황량하고 스산히 스쳐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이제 길을 떠나렵니다..이 길을 떠나 먼곳 어딘가에 당신의 모습이..당신의 슬픈 목소리가..당신의 슬픈 영혼이 안식을 얻을것을 믿기 때문입니다..스쳐지나는 바람속에..새벽에 내리는 빗방울속에..교요히 대지를 감싸않는 하얀 눈속에 당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주님의 약속을 묵묵히 기다리며 대지의 끝을 걷다보면 ...아...내게도 그리움의 끝과 만나게 될날이 오겟지요...

내 평생에 당신 면전에 대고 단 두번밖에 하지 못햇던 말

이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을 보냅니다..어머니 사랑해요............

사랑하는 목사님..장로님..권사님..집사님..성도님..깊이 깊이 감사드리며 주님 만나는 그날까지..최후 승리를 얻기까지..부족한 제게 힘과 위로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허망히 살아왔던 세월을 뒤로하고 주님보시기에 아름다운 군사로..제자로..종으로 거듭나게 살고 싶습니다..

모든 성도분들의 가정과 직장과 교회위에 주님의 평화와 은헤..은총과 평강이 넘쳐나기를 기원하오며..어머님을 추억하다 졸문이 길어졋습니다..넓으신 양해바라며........... 마라나타...................